삶에 현학적 표현이 과연 얼마나 필요한가?

매달 거의 빠지지 않고 GQ, 에스콰이어, 아레나 등등의 트렌디한 잡지들을 읽는다. 주말에 많은 시간을 들여 틀쳐보는 이들 잡지에서 많은 정보들도 얻지만...여러 정보들 중에서 항상 드는 느낌은 "과연 품질 좋은 삶을 표현할때 현학적인 표현만이 어울리는 가?"하는거다. 최근에는 몇몇 전문가 수준의 블로그들을 들어가 볼 때도 일부 느끼는 것들이기도 하다.

인간은 태어나서 날 때 부터 삶 자체가 그리 현학적으로 표현을 할만한 동물이 아니다. 현학적 표현에 어울리는 것들은 거의 모두 사람이 태어나 만들어 낸 것들 뿐이다. 사람의 삶은 그러한 표현의 대상이 아니다.

삶은 우리의 본연의 것인데 이를 바라봄에 있어서 현학적인 표현으로 그 삶을 이해하는 것이 참을수 없을 만큼 못마땅할 때가 있다. (이건 내가 못 배웠고, 없이 살아왔으며, 정말 멋진 사람들을 못만나 보았기 때문에 그럴수도 있겠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사물들을 묘사 함으로 그의 삶을 표현하고 있다고 느끼는 그 표현 방식이 맘에 들지 않는 다는 거다. 비록 그것이 진짜 품질 좋은 삶이라 해도 난 개인적으로 그렇게 표현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 (브랜드에 대한 반감일수도 있겠다...) 

실제 사례를 들어보자.

1. 와인빠에서 소믈리에가 추천한 모 와인 테이스팅을 하면서...

(현학자의 표현방식)
흠...색은 짙고 붉은 루비색에 불빛에 비춰보니 작고 검은 입자들이 돌고 있군. 잔을 한번 빙빙 돌리니 뭐랄까 가늘게 흔들리며 올라오는 마른 과일 부케들이 인상적이야. 맛에서는 미세한 민트와 코코아, 볶은 커피 향기가 나고... 타닌과 산도가 예민하게 입안을 도리면서 부드럽게 목젖을 적시는 걸 보니 오손과 슈발블랑에 이어 프랑스 생테밀리용 최고의 명주로 꼽히는 샤토 안젤루스(Chateau L’Angelus)인 것 같군. 게다가 빈티지가 좋은 1989년산, 그 중에서도 맛이 더 좋다는 두병짜리 매그넘이 틀림 없어.

(나의 표현방식)
음...맛있는 와인이구나


2. 모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에스까르고가 서빙된 것을 보면서...

(현학자의 표현방식)
에스까르고에 튀김 옷을 입혀 기름에 튀긴 접시도 있고 또 다른접시들은 부야베스(bouillabaisse)에 넣어 먹게 배려 한걸로 보니 프로방스 스타일의 에스까르고군.

(나의 표현방식)
정말 맛있는 에스까르고 요리군


3. 빠에서 나오면서 친구가 새로 샀다는 차를 바라보면서...

(현학자의 표현방식)
오호, V6 3.2 SOHC 18엔진에 밸브 슈퍼차저 349 마력 짜리인데 225/45 17 타이어를 장착한 SLK32 AMG이군. 훌륭해.

(나의 표현방식)
멋진 차네!

4. 친구가 하나 맞추었다고 자랑하는 양복을 만져보면서...

(현학자의 표현방식)
각이 살짝지면서 부드러운 어깨모양에 싱글 밴트 투버튼 스타일을 한걸 보니 세빌로우 스타일 슈트구만.

(나의 표현방식)
잘 어울리네. 이 양복.

5. 모 호텔의 시가빠에서 이름 모를 시가를 빨아 본 후...

(현학자의 표현방식)
보통 하바나 시가 중에서 자마이카산 시가가 가장 마일드 한 맛을 나타내는데, 이 시가의 마일드한 맛은 순하고 부드러운 것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 잘 맞는걸 보니...틀림없이 자마이카산 마카누도 시가인걸.

(나의 표현방식)
흠...시가가 향이 좋네~

나는 현학적인 표현으로 장식된 그들의 삶이 그냥 느낌으로 즐기는 나의 삶과 비교할 때 절대 우위에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이 나보다 더 행복하다고 믿지 않는다.

그냥 표현에 있어서 그리고 몇부분의 오따꾸적인 취향의 차이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간 삶에 있어서 현학적인 표현들은 자연스럽지는 않다. 결코...  

P.S. 그러나 글을 쓰다보니..나도 몇년전까지만 해도 무라까미하루끼의 소설속에 나오는 현학적인 표현들에 열광하던 때가 있었다. 왜 내가 변했을까...그것이 다음 의문이다. 끊임없는 의문의 연속...


 

by 우마미 | 2007/06/24 23:08 | 일상(日想)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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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샤도우 at 2007/06/25 08:32
옛날의 어떤 현인께서 말씀 하시길... 현학적으로 글을 쓰는건... 간결하게 쓰는 내공이 부족해서라고 하셨습니다... 정말로 글 내공이 있는 양반들은 글을 간결하게 쓰지요...
Commented by 우마미 at 2007/06/27 10:50
동감입니다...
Commented by 김현서 at 2007/06/29 00:48
안녕하세요? 정용민 선생님! PR 아카데미 20기 김현서입니다.^^ 그간 선생님 글만 읽고 쏙~ 나가버려서 죄송합니다.^^;; 요즘 모니터링을 하지만 핵심 내용만을 간결하게 쓰는 게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 버려야 할 것은 과감히 버릴 수 있는 능력! 앞으로 풀어야 할 큰 과제라 생각됩니다. 참! 2주일 전에 블로그를 오픈했습니다. 아직은 단촐하지만 커나가는 블로그로 자주 인사드리겠습니다.^^
Commented by 우마미 at 2007/06/29 14:40
현서씨...맞습니다. 버려야할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지요. 알지만 실천하기 힘든게 또 그런거네요. 블로그 오픈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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